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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소통 뉴스레터 2호] 장애인권리보장법, 복지에서 권리로의 전환을 선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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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7회 작성일 26-10-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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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소통 뉴스레터 2호] 장애인권리보장법, 복지에서 권리로의 전환을 선언하다

 

2026년,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이 법은 우리 일상과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2028년 시행을 앞두고 법의 의미를 짚어보고, 우리가 어떤 관점과 자세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motion Icon글쓴이 : 김진훈

복지in연구소 소장 / 직업재활박사

   

2026년 5월 26일 「장애인권리보장법」(이하 ‘보장법’)이 제정되었다. 새로운 장애인복지법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장법’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추가하거나 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있지 않다. 이 법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며, 앞으로 대한민국 장애인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기본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장애인정책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 장애인평생교육, 장애인지역사회자립, 건강권 보장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면서 그 영역과 범위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도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장애인은 여전히 이동과 정보접근, 교육과 노동, 문화와 지역사회 참여 등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장애를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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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법’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법은 장애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특성 등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일상생활 또는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이는 장애를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며 사회적 장벽을 함께 바꾸어야 한다는 관점을 법률의 기본 정의에 반영한 것이다. 

 

사람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갓난아이는 혼자 걷거나 충분히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노년기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부모와 가족, 지역사회가 그들의 삶을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장애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원과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이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 관점에서 보면, 사회가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할 때 장애는 더 크게 드러난다. 미국 보스턴 남부에 있는 마서즈 비니어드(Martha's Vineyard) 섬은 사회환경이 달라지면 장애의 개념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과거 이 섬의 일부 지역에는 유전적 요인으로 농인(청각장애인)이 비교적 많았고, 주민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제2의 언어로 수어를 배우고 사용하였다. 이곳에서는 듣지 못하는 것이 의사소통과 공동체 참여에 큰 장벽이 되지 않았다.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이러한 관점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도 바꾸도록 요구한다. 우리는 종종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보호가 항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너를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라는 말로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을 대신하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경험의 기회를 제한하며, 당사자의 의견보다 가족이나 기관의 판단을 우선하는 일은 여전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보장법’은 이러한 관행에 질문을 던진다. 장애인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권리의 주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은 존엄권, 평등권, 자기결정권을 비롯하여 참정권과 정책결정 참여권, 생활안정, 직업선택, 안전, 건강, 자립생활 권리보장을 위한 탈시설화, 교육, 이동과 접근, 정보접근, 문화·예술, 체육, 관광·여가, 사법접근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교육권이나 이동권, 노동권 등이 이번 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권리가 아니라 이미 여러 법률에서 각각 보장하고 있던 권리들이라는 점이다. ‘보장법’의 진정한 의미는 흩어져 있던 권리들을 하나의 기본법 체계 안에서 정리하고, 모든 장애인정책의 기준을 ‘복지’가 아닌 ‘권리’로 재구성했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이 법의 제정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보장법’은 2년 뒤인 2028년 5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시행 전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법률이 위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장애인정책위원회와 지역장애인정책위원회, 장애인정책 전달체계, 장애영향평가, 한국장애인권리보장원 등 새 법의 제도들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준비도 중요하다. ‘보장법’은 장애인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이 법에 부합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역장애인정책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장애인복지 조례와 사업을 단순히 명칭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의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지역의 정책이 장애인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하며, 이동·주거·정보·교육·노동·문화 등 일상 전반의 장벽을 찾아 개선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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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서지역이라는 지리적 조건과 읍·면지역의 서비스 접근성, 관광지 중심의 이동환경 등 제주만의 특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제주에 맞는 장애인권리보장 조례를 검토하는 것과 함께 지역장애인정책위원회의 실질화, 장애영향평가의 운영 기준, 당사자 참여 구조, 지역사회 자립과 주거 전환을 위한 지원체계, 장애인정책 전달체계와 예산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권리’라는 법의 언어가 제주도민의 일상에서 실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완성된 법이 아니다. 권리의 방향을 제시한 기본법이며, 앞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 조례, 예산과 정책을 통해 구체화되어 갈 법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복지는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권리는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대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며,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사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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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훈

복지in연구소 소장 / 직업재활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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